단순한 규칙이 복잡한 세계를 만드는 방식: 라이프 게임부터 유령 정체까지

콘웨이의 라이프 게임(1970), 랭턴의 개미(1986), 레이놀즈의 보이드(1987), 나겔-슈레켄베르크 교통 모형(1992)과 스기야마의 원형 도로 실험(2008)으로 보는 창발. 규칙은 몇 줄인데 결과는 왜 예측하기 어려운가.

everytooleverywhereallatonce · 작성

찌르레기 수천 마리가 하늘에서 하나의 덩어리처럼 방향을 바꿀 때, 그 모양을 설계한 새는 없다. 고속도로에서 이유 없이 차가 멈췄다가 몇 분 뒤 다시 풀릴 때, 막으려고 한 운전자도 없다. 각자는 바로 옆만 보고 단순하게 행동하는데 전체에는 누구의 의도에도 없던 구조가 생긴다. 이런 현상을 흔히 **창발(emergence)**이라고 부른다.

이 글은 창발을 보여 주는 고전 모형 네 가지를 시간 순서대로 따라간다. 각 모형은 규칙이 몇 줄뿐이라 브라우저에서 직접 돌려 볼 수 있다.

1970년, 종이 위의 생명: 콘웨이의 라이프 게임

수학자 존 호턴 콘웨이가 만든 「라이프 게임」은 마틴 가드너가 Scientific American 1970년 10월호의 「수학 게임」 칼럼에서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규칙은 이렇다.

  • 바둑판 같은 격자에서 각 칸은 살아 있거나 죽어 있다.
  • 죽은 칸은 주변 8칸 중 정확히 3칸이 살아 있으면 태어난다.
  • 산 칸은 주변에 산 칸이 2개나 3개면 살아남고, 아니면 죽는다.

이 규칙은 오늘날 B3/S23이라는 짧은 표기로 불린다. 콘웨이가 이 조합을 고른 이유는 너무 쉽게 폭발하지도, 너무 빨리 전멸하지도 않는 균형 때문이었다. 실제로 무작위로 칸을 채우고 돌려 보면 한동안 요동치다가 블록(2×2 정사각형)이나 깜빡이는 막대 같은 작은 조각들로 가라앉는다.

그런데 이 조각들 중에는 움직이는 것이 있다. 다섯 칸짜리 글라이더는 4세대마다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면서 대각선으로 한 칸씩 이동한다. 규칙 어디에도 「이동」이라는 말은 없다. 각 칸은 태어나고 죽을 뿐인데, 우리 눈에는 무언가가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창발을 가장 단순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다.

무한히 자라는 패턴과 50달러 상금

콘웨이는 처음에 유한한 패턴은 결국 크기가 제한될 것이라고 추측했고, 반례를 찾는 사람에게 상금을 걸었다. 1970년 말 MIT의 빌 고스퍼 팀이 글라이더 총을 찾아내 추측을 깨뜨렸다. 이 구조물은 제자리에서 진동하며 30세대마다 글라이더를 하나씩 쏘아 보낸다. 글라이더가 쌓이는 만큼 전체 칸 수는 끝없이 늘어난다.

글라이더 총의 발견은 더 큰 질문으로 이어졌다. 글라이더를 신호로, 글라이더끼리의 충돌을 논리 연산으로 쓸 수 있다면 라이프 게임 안에 컴퓨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답은 「그렇다」였다. 벌레캠프, 콘웨이, 가이는 『Winning Ways for Your Mathematical Plays』에서 라이프 게임이 튜링 완전하다는, 즉 원리상 어떤 계산이든 흉내 낼 수 있다는 구성을 제시했다. 이후 애호가들은 라이프 게임 안에서 실제로 동작하는 튜링 기계까지 만들었다.

이것이 가진 의미는 크다. 튜링 완전한 체계에서는 「이 패턴이 결국 멈출까?」 같은 질문이 일반적으로 답할 수 없는 문제(정지 문제)가 된다. 규칙을 완벽히 알아도 결과를 미리 아는 방법이 끝까지 돌려 보는 것뿐인 경우가 생긴다. 단순한 규칙이 곧 예측 가능한 결과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날카롭게 보여 주는 사례다.

직접 해 보기: 라이프 게임에서 글라이더 총 패턴을 찍고, 규칙을 하이라이프(B36/S23)나 씨앗(B2/S)으로 바꿔 보면 숫자 하나 차이가 얼마나 다른 세계를 만드는지 볼 수 있다.

1986년, 한 마리 개미: 인공 생명의 출발점

크리스토퍼 랭턴은 1986년 Physica D에 실린 논문 「셀룰러 오토마타로 인공 생명 연구하기」에서 개미 한 마리가 격자 위를 걷는 모형을 다뤘다. 규칙은 라이프 게임보다도 짧다.

  • 흰 칸에 있으면 오른쪽으로 90도 돈다. 검은 칸이면 왼쪽으로 돈다.
  • 서 있던 칸의 색을 뒤집고 한 칸 전진한다.

빈 격자에서 출발하면 처음 수백 걸음 동안 개미는 제법 대칭적인 작은 무늬를 그린다. 그러다 무늬가 무너지고 불규칙한 얼룩이 1만 걸음 가까이 커진다. 그리고 갑자기, 개미는 104걸음짜리 동작을 끝없이 반복하며 한쪽 대각선으로 곧게 뻗는 띠를 짓기 시작한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고속도로라고 부른다.

이 개미는 창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라이프 게임에서는 수많은 칸이 동시에 상호작용했지만, 여기에는 행위자가 하나뿐이다. 개미는 자신이 과거에 남긴 흔적과 상호작용한다. 환경이 기억 역할을 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증명된 것과 증명되지 않은 것의 간격이다. 개미가 결국 고속도로를 짓는지는 모든 초기 상태에 대해 증명되지 않았다. 증명된 것은 개미의 경로가 어떤 유한한 초기 무늬에서 시작해도 유한한 영역에 영원히 갇히지 않는다는 더 약한 사실이다. 반면 2002년 가하르도, 모레이라, 골레스는 초기 무늬를 잘 설계하면 개미 한 마리의 경로로 임의의 불 회로를 계산할 수 있음을 보였다. 두 줄짜리 규칙이 계산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직접 해 보기: 랭턴의 개미는 기본 속도에서 2초 남짓이면 고속도로가 나타난다. 규칙 문자열을 LLRR처럼 바꾸면 개미가 네 가지 색을 순환하며 전혀 다른 모양을 그린다.

1987년, 지휘자 없는 무리: 레이놀즈의 보이드

컴퓨터 그래픽스 연구자 크레이그 레이놀즈는 1987년 SIGGRAPH에서 「Flocks, Herds, and Schools: A Distributed Behavioral Model」을 발표했다. 목표는 과학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었다. 새 떼를 한 마리씩 경로를 그려 움직이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각 새에게 규칙을 주고, 무리는 알아서 생기게 했다.

그가 「보이드」라고 부른 가상의 새는 가까운 이웃만 보고 세 가지를 한다.

  1. 분리: 너무 가까운 이웃과 부딪히지 않게 떨어진다.
  2. 정렬: 이웃들이 향하는 평균 방향으로 맞춘다.
  3. 응집: 이웃들의 평균 위치 쪽으로 다가간다.

어떤 보이드도 무리 전체를 보지 않고, 우두머리도 없다. 그런데도 화면에는 장애물을 만나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자연스러운 무리가 나타난다. 이 방식은 이후 영화와 게임에서 떼 지어 움직이는 동물과 군중을 만드는 표준적인 방법이 되었다.

보이드는 라이프 게임과 결이 다르다. 격자도, 칸도 없고 위치와 속도가 연속적이다. 그래도 핵심 구조는 같다. 국소적 규칙, 많은 행위자, 중앙 통제 없음. 이 세 조건이 모이면 전체 수준의 패턴이 생긴다. 1995년 물리학자 비첵과 동료들은 이 아이디어를 더 줄여, 이웃과 방향을 맞추는 규칙과 잡음만으로 무질서한 상태가 집단 운동 상태로 바뀌는 상전이가 일어남을 보였다. 이 연구는 무리 운동을 물리학의 연구 대상으로 만든 출발점 중 하나로 꼽힌다.

직접 해 보기: 보이드 무리 시뮬레이션에서 정렬 슬라이더를 0으로 내리면 「정렬도」 숫자가 뚝 떨어진다. 시야 반경을 줄이면 무리가 여러 개로 쪼개진다.

1992년, 도로 위의 세포 자동자: 나겔-슈레켄베르크 모형

교통 체증도 창발 현상이다. 1992년 독일 물리학자 카이 나겔과 미하엘 슈레켄베르크는 고속도로를 칸으로 나눈 단순한 모형을 발표했다. 각 차는 속도(정수)를 가지며 매 단계 다음 네 가지를 차례로 한다.

  1. 최고 속도보다 느리면 속도를 1 올린다.
  2. 앞차와의 빈 칸 수보다 속도가 크면 빈 칸 수로 줄인다.
  3. 확률 p로 속도를 1 줄인다.
  4. 속도만큼 전진한다.

핵심은 세 번째 규칙이다. 이유 없이 살짝 늦추는 운전자의 습관을 확률로 넣은 것이다. 차량 밀도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한 차의 우연한 감속이 뒤차들을 연쇄적으로 늦추면서 멈춰 선 차들의 덩어리가 저절로 생긴다. 사고도, 병목도, 차로 감소도 없는데 말이다. 이런 정체는 흔히 **유령 정체(phantom jam)**라고 불린다.

2008년, 실제 도로에서 확인하다: 스기야마의 원형 트랙

모형이 예측한 현상을 실제 사람이 운전하는 차로 보여 준 것이 2008년 New Journal of Physics에 실린 스기야마 유키 연구팀의 실험이다. 연구팀은 둘레 230 m의 원형 트랙에 차 22대를 같은 간격으로 세우고, 운전자들에게 시속 30 km로 달리며 앞차와 안전거리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모두 고르게 달렸다. 그러나 운전자마다 속도가 조금씩 흔들리면서 간격이 불균일해졌고, 곧 한 곳에 차들이 뭉쳐 잠시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 정체 덩어리는 차들이 달리는 방향과 반대로, 시속 약 20 km로 이동했다. 논문 제목 그대로 「병목 없는 교통 체증」이다. 연구팀은 병목은 정체의 방아쇠일 뿐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며, 밀도가 임계값을 넘으면 자유 흐름 자체가 불안정해진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이 파동을 없앨 수도 있을까? 2018년 스턴과 동료들은 비슷한 원형 트랙 실험에서 20여 대 중 단 한 대를 자율 제어 차량으로 바꿨다. 그 차가 앞차의 흔들림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부드럽게 달리자, 정지와 출발을 반복하던 파동이 줄고 전체 연료 소비도 줄었다. 창발이 전체를 지배하더라도, 국소적 규칙 하나를 바꾸면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직접 해 보기: 교통 유령 정체 시뮬레이터는 나겔-슈레켄베르크의 칸 모형 대신 연속적인 위치와 속도를 쓰는 IDM(지능형 운전자 모형)을 쓴다. 기본 1 km 도로에 45대를 두고 한 대를 급제동시키면 정체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돈다. 차를 30대로 줄이면 같은 제동이 몇 분 만에 흡수된다.

창발에 대한 흔한 오해

「창발은 설명할 수 없는 신비다.」 그렇지 않다. 위의 모형은 모두 결정론적이거나 명시된 확률 규칙을 따르고, 컴퓨터로 정확히 재현된다. 창발이라는 말은 전체의 패턴이 개별 규칙에 직접 적혀 있지 않다는 뜻이지, 원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규칙이 단순하면 결과도 예측할 수 있다.」 라이프 게임과 랭턴의 개미는 튜링 완전하다. 이런 체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끝까지 돌려 보는 것보다 빠른 예측 방법이 보장되지 않는다. 랭턴의 개미가 왜 1만 걸음쯤에서 고속도로를 짓기 시작하는지도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무리에는 리더가 있을 것이다.」 보이드 모형은 리더 없이도 무리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 동물 무리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개체가 있는지는 종마다 따로 연구해야 할 문제지만, 무리 모양 자체를 설명하는 데 리더가 필수는 아니다.

「정체는 누군가의 잘못이다.」 스기야마 실험에서 운전자들은 모두 지시를 따랐다. 정체는 특정 운전자의 실수가 아니라 밀도와 반응 방식이 만든 집단의 성질이다. 다만 개인의 운전 습관은 그 성질에 영향을 준다. 스턴의 실험이 보여 주듯, 한 대의 부드러운 운전이 파동을 줄일 수 있다.

네 모형을 나란히 놓고 보면

모형 연도 행위자 규칙의 핵심 나타나는 것
라이프 게임 1970 격자의 칸 이웃 수로 탄생·생존 글라이더, 진동자, 계산
랭턴의 개미 1986 개미 1마리 색 보고 돌기, 색 뒤집기 혼돈 뒤의 고속도로
보이드 1987 수백~수천 마리 분리·정렬·응집 리더 없는 무리
교통 모형 1992~ 차량 앞차 보고 가감속, 약간의 흔들림 뒤로 움직이는 유령 정체

공통점은 셋이다. 각 행위자는 가까운 것만 본다. 전체를 조율하는 중앙이 없다. 그리고 상호작용이 반복된다. 이 조건이 갖춰지면 규칙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구조가 나타난다. 네 도구 모두 규칙의 숫자를 하나씩 바꿔 볼 수 있으니, 어느 지점에서 구조가 생기고 사라지는지 직접 찾아보는 것이 이 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