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슬릿 실험: 토머스 영부터 전자 한 개씩 쌓은 무늬까지, 그리고 '관측'의 진짜 의미
1801·1803년 영의 강연, 1974년 볼로냐와 1989년 히타치의 전자 한 개씩 실험, 경로 정보와 결잃음(decoherence)으로 본 '관측하면 무늬가 사라진다'의 실제 뜻과 흔한 오해를 정리했다.
이중 슬릿 실험은 교과서마다 나오지만, 실제로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흔히 도는 이야기는 이렇다. 1801년 영이 두 개의 틈으로 빛의 간섭을 보였고, 20세기에는 전자로 같은 실험을 했더니 사람이 쳐다보는 순간 무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과장이다. 역사적 사실과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관측’의 뜻을 순서대로 짚어 본다.
영이 실제로 한 일
토머스 영은 의사이자 언어학자였고, 로제타석 해독에도 손을 댄 인물이다. 빛에 관한 그의 주장은 왕립학회의 베이커 강연 두 번에 담겨 있다.
- 1801년 11월 12일, 「빛과 색의 이론에 대하여」. 1802년 『철학 회보』 92권에 실렸다. 빛을 에테르 속의 파동으로 보고, 두 파동이 겹치면 서로 강해지거나 약해진다는 ‘간섭’ 원리를 제시했다. 비눗방울 같은 얇은 막의 색, 가는 홈이 파인 표면의 색을 이 원리로 설명했다.
- 1803년 11월 24일, 「물리 광학에 관한 실험과 계산」. 1804년 94권에 실렸다. 여기서 소개한 실험은 오늘날 그림과 조금 다르다. 창 덧문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햇빛 줄기 속에 얇은 카드 조각을 세워 빛을 두 갈래로 나눴고, 카드 그림자 안쪽에 줄무늬가 생기는 것을 보았다. 카드 한쪽 가장자리를 가리면 줄무늬가 사라졌다. 두 갈래 빛이 함께 있어야 무늬가 생긴다는 것, 즉 간섭의 직접 증거였다.
두 개의 가는 틈을 나란히 판 ’이중 슬릿’은 이 원리를 가장 깔끔하게 보여 주는 형태로 나중에 교과서에 정착했다. 영의 주장이 곧바로 받아들여진 것도 아니다. 뉴턴의 입자설이 우세했던 영국에서는 반발이 컸고, 파동설이 널리 인정받은 것은 1810년대 후반 프레넬의 회절 이론 이후다.
무늬 간격이 말해 주는 것
두 틈의 간격을 d, 틈에서 스크린까지 거리를 L, 파장을 λ라고 하면 밝은 줄 사이 간격은 대략 λL/d다. 이 식을 뒤집으면 눈으로 볼 수 없는 파장을 자로 잴 수 있다. 영도 비슷한 방식으로 색마다 파장을 추정했고, 빨간빛이 보랏빛보다 파장이 길다는 결론을 얻었다. 공식이 어디서 나오는지, 소각 근사가 언제 깨지는지는 이중 슬릿 시뮬레이터 본문에서 실제 화면의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물결파로 같은 현상을 보고 싶다면 물결 수조의 이중 슬릿 프리셋이 좋다.
빛을 아주 약하게 해도 무늬가 남는지는 일찍부터 궁금한 문제였다. 1909년 제프리 잉그럼 테일러는 바늘 그림자의 회절 무늬를 극도로 약한 빛으로 몇 달에 걸쳐 사진 건판에 노출시켰는데, 가장 약한 경우에도 무늬의 선명도는 줄지 않았다. 당시에는 광자를 한 개씩 세는 검출기가 없었으므로 ‘광자 한 개씩’ 실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빛의 세기와 무관하게 간섭이 일어난다는 첫 증거로 자주 인용된다.
전자 한 개씩: 볼로냐 1974, 히타치 1989
20세기에 들어 드브로이가 전자도 파동의 성질을 가진다고 주장했고, 전자 회절은 1927년에 확인되었다. 그런데 전자는 스크린에 늘 ’한 점’으로 도착한다. 전자를 한 개씩 보내도 무늬가 생기는가? 파인만은 1960년대 강의에서 이 실험을 “실제로 해 보기는 어려운 사고 실험”처럼 소개했다.
실제로 해낸 첫 사례로 자주 꼽히는 것이 이탈리아 볼로냐의 피에르 조르조 메를리, 잔 프랑코 미시롤리, 줄리오 포치의 실험이다. 1974년 5월 『미국 물리학 저널』에 논문을 투고했고 1976년에 실렸다. 전자현미경에 ’전자 바이프리즘’을 달았는데, 두 접지판 사이에 가는 도선을 놓고 전압을 걸어 전자 다발을 두 갈래로 휘게 한 뒤 다시 겹치게 하는 장치다. 전자가 텔레비전 화면에 하나씩 찍히다가 점점 무늬가 되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겼다.
1989년에는 히타치 연구소의 도노무라 아키라 연구팀이 같은 원리로, 위치를 감지하는 전자 계수 장치를 써서 훨씬 선명한 영상을 발표했다(『미국 물리학 저널』 57권). 처음 몇십 개의 점은 무작위로 흩어져 보이지만 수천, 수만 개가 쌓이면 줄무늬가 분명해진다. 이 영상이 오늘날 가장 널리 인용된다.
두 실험 모두 엄밀히 말하면 ’틈 두 개’가 아니라 바이프리즘을 썼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구조다. 전자가 지날 수 있는 경로가 둘이고, 두 경로가 스크린에서 다시 만난다. 실제 틈 여러 개로 한 전자 간섭 실험은 1961년 클라우스 옌손(Claus Jönsson)이 먼저 했지만, 전자를 한 개씩 보내며 쌓이는 과정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1999년에는 빈 대학의 아른트 연구팀이 탄소 원자 60개로 된 풀러렌(C60) 분자로 간섭 무늬를 얻었다. 원자 수십 개짜리 덩어리도 경로 둘을 동시에 ‘겪는’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뜻이다.
’관측’은 무엇을 뜻하나
대중 과학에서 가장 많이 왜곡되는 부분이다. “사람이 보면 전자가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식의 설명은 물리학의 설명이 아니다.
물리학에서 이 맥락의 관측은 어느 경로로 갔는지에 대한 정보(경로 정보, which-path information)가 어딘가에 기록되는 물리적 상호작용이다. 누가 그 기록을 읽는지는 상관없다. 예를 들어 한쪽 틈 옆에 전자의 통과에 반응하는 장치를 두거나, 광자 한 개가 전자에 부딪혀 튕겨 나간 방향으로 경로를 알 수 있게 되면, 그 정보가 기록장치나 흩어진 광자에 남는다. 그러면 두 경로가 더 이상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이 관계는 정량적으로도 정리되어 있다. 1996년 베르톨트게오르크 엥글레르트는 무늬의 선명도 V와 경로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 D 사이에 V² + D² ≤ 1이 성립함을 보였다. 경로를 반쯤만 알 수 있으면 무늬도 반쯤 흐려진다. ’관측하면 무늬가 뚝 사라진다’는 켜고 끄는 문제가 아니라 연속적인 교환 관계다.
무늬가 흐려지는 이유: 걷어차기인가, 얽힘인가
오래된 설명은 이렇다. 전자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광자를 부딪히면 그 충격으로 전자의 운동량이 흐트러져 무늬가 번진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로 흔히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설명은 틀리지 않았지만 전부는 아니다.
1991년 스컬리, 엥글레르트, 발터는 입자를 거의 걷어차지 않고도 경로 정보를 남길 수 있는 장치를 제안했고, 1998년 독일 콘스탄츠 대학의 뒤르, 논, 렘페는 원자 간섭계에서 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원자의 내부 상태에 경로를 표시했을 뿐 운동량 교란은 무늬 간격에 비해 너무 작았는데도, 무늬는 사라졌다. 무늬를 지우는 핵심은 충격이 아니라 경로와 다른 무엇이 ‘얽혀’ 경로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결잃음: 아무도 보지 않아도 무늬는 사라진다
경로 정보는 실험자가 일부러 설치한 검출기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기체 분자와 부딪히거나 입자 스스로 빛을 내보내도 정보가 환경으로 새어 나간다. 이렇게 간섭이 사라지는 현상을 결잃음(decoherence)이라고 부른다.
빈 대학 연구팀은 2004년 이것을 직접 보여 주었다. C70 분자를 레이저로 뜨겁게 달군 뒤 간섭계에 보냈더니, 온도가 높을수록 분자가 열복사 광자를 더 많이 방출했고 무늬 선명도가 떨어졌다. 광자 파장이 두 경로 사이 거리에 비해 짧아질수록 그 광자는 분자가 어느 쪽에 있었는지 알려 주는 ’목격자’가 된다. 사람은 아무도 그 광자를 보지 않았다. 일상의 물체에서 간섭이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기 분자와 빛에 끊임없이 부딪히는 물체는 경로 정보가 순식간에 환경에 퍼진다.
흔한 오해 다섯 가지
1. “의식이 있는 관찰자가 결과를 바꾼다.” 무늬를 없애는 것은 경로 정보를 남기는 상호작용이다. 검출기 기록을 아무도 읽지 않아도, 기록이 남는 순간 무늬는 흐려진다.
2. “전자는 틈을 지나며 반으로 쪼개진다.” 스크린에서 검출되는 것은 늘 전자 한 개 전체다. 쪼개진 전자 조각이 발견된 적은 없다. 파동처럼 퍼지는 것은 ’어디서 발견될 확률’을 정하는 양자 상태다.
3. “한 전자가 다른 전자와 간섭해서 무늬가 생긴다.” 도노무라 실험에서는 장치 안에 동시에 전자가 두 개 있을 일이 거의 없을 만큼 전자를 드물게 보냈다. 그래도 무늬가 생긴다. 간섭은 한 입자의 두 경로 사이에서 일어난다.
4. “지연 선택 양자 지우개는 미래가 과거를 바꾼다는 증거다.” 2000년 김윤호 연구팀 등의 실험에서 무늬는 나중에 얻은 짝 광자의 측정 결과로 데이터를 분류해야만 드러난다. 분류 전 전체 데이터에는 무늬가 없으므로 과거로 신호를 보낼 수 없다.
5. “빛이 파동이라는 건 영이 증명했고, 광자는 입자라는 건 아인슈타인이 증명했으니 둘 중 하나는 틀렸다.” 둘 다 같은 대상의 다른 측면이다. 빛을 아주 약하게 만들어 광자가 하나씩 오게 해도, 점들이 쌓이면 영이 본 무늬가 된다. 시뮬레이터의 ‘실제 실험 장치’ 패널에서 광자 검출 속도를 낮추면 이 과정을 볼 수 있다. 다만 그 점들은 계산한 파동 강도를 확률로 삼아 무작위로 찍은 것이고, 도구에 경로 검출기는 없다.
직접 확인해 볼 것
이중 슬릿 시뮬레이터에서 슬릿을 하나로 바꿨다가 다시 둘로 바꿔 보면, 이중 슬릿 무늬가 단일 슬릿 두 개의 합이 아니라는 점이 바로 보인다. 경로 정보가 완전히 남는 상황은 사실상 ’틈을 하나씩 따로 연 결과를 더한 것’과 같다. 그래프에서 줄무늬 없는 봉우리가 되는 그 모양이, 관측이 간섭을 없앤 뒤에 남는 모습이다.
출처
- T. Young, On the theory of light and colours (Bakerian Lecture 1801), Phil. Trans. R. Soc. 92 (1802)
- T. Young, Experiments and calculations relative to physical optics (Bakerian Lecture 1803), Phil. Trans. R. Soc. 9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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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Rosa, The Merli–Missiroli–Pozzi Two-Slit Electron-Interference Experiment, Physics in Perspective (2012)
- A. Tonomura et al., Demonstration of single-electron buildup of an interference pattern, Am. J. Phys. 57, 117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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