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놀즈 수: 1883년 유리관 실험에서 골프공 딤플까지
오즈번 레이놀즈가 물감 한 줄기로 층류와 난류의 경계를 찾은 실험, 축소 모형 풍동이 레이놀즈 수를 맞추기 어려운 이유, 딤플 있는 골프공이 매끈한 공보다 멀리 나는 항력 위기를 정리했다.
수도꼭지를 조금만 열면 물줄기가 유리 막대처럼 매끈하게 떨어진다. 더 열면 어느 순간 줄기가 뿌옇게 흐트러지며 소리를 낸다. 물은 같은 물이고 수도꼭지도 그대로인데 흐름의 성격이 바뀐다. 이 전환이 언제 일어나는지를 숫자 하나로 정리한 사람이 영국 맨체스터의 공학자 오즈번 레이놀즈다.
1883년의 유리관 실험
레이놀즈는 1883년 왕립학회 철학회보에 실은 논문에서 긴 유리관을 물탱크 안에 눕히고, 관 입구를 나팔 모양으로 다듬어 물이 부드럽게 들어가게 했다. 입구 앞에는 가는 관으로 색을 탄 물을 한 줄기 흘려 넣었다. 관 끝의 밸브로 유속을 조절하면서 색 줄기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본 것이다.
유속이 낮을 때 색 줄기는 관 전체 길이를 따라 곧은 실처럼 이어졌다. 유속을 올리면 어느 지점에서 줄기가 갑자기 흔들리다 관 단면 전체로 퍼져 물 전체가 옅게 물들었다. 레이놀즈는 전자를 “직선적(direct)”, 후자를 “굽이치는(sinuous)” 운동이라 불렀다. 지금 말로 층류와 난류다.
그의 핵심 발견은 전환이 유속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관이 굵어도, 물이 차가워 끈적해져도 전환 지점이 옮겨 갔다. 여러 관 지름과 수온에서 측정해 보니, 전환은 늘 같은 조합에서 일어났다.
Re = ρ·U·D / μ = U·D / ν
ρ는 밀도, U는 평균 유속, D는 관 지름, μ는 점성계수, ν = μ/ρ는 동점성계수다. 단위가 모두 지워지는 무차원 수라서 물이든 기름이든 관 크기가 얼마든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 조합에 “레이놀즈 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논문 이후의 일이다.
임계값은 하나가 아니다
교과서에는 흔히 “관 흐름은 Re 2,300 이하면 층류”라고 적혀 있다. 레이놀즈의 결과는 그보다 섬세했다. 탱크의 물을 오래 가라앉혀 교란을 최대한 없앴을 때는 Re 약 13,000까지도 층류가 유지되었다. 반대로 입구에 일부러 교란을 줘도, Re가 약 2,000보다 낮으면 흐트러진 흐름이 하류로 가면서 다시 층류로 돌아왔다.
그러니 약 2,000은 “이 아래에서는 난류가 유지될 수 없다”는 하한이고, 그 위에서 언제 난류가 되는지는 입구 모양, 관 벽의 거칠기, 들어오는 교란의 크기에 달려 있다. 2,300이라는 값은 이런 성질을 감안한 공학적 관례다. 관이 아닌 물체에서는 무엇을 길이 L로 잡느냐에 따라 숫자 자체가 달라지므로, 임계 레이놀즈 수는 반드시 “무엇의, 어떤 길이 기준”인지와 함께 말해야 한다.
논문 제목의 나머지 절반: 저항의 법칙
레이놀즈 논문의 긴 제목은 “평행한 관로에서의 저항 법칙”으로 끝난다. 그가 색 줄기만 본 것이 아니라 관 양 끝의 압력 차도 함께 쟀기 때문이다. 층류에서는 관을 밀어내는 데 드는 압력 차가 유속에 정비례한다. 유량을 두 배로 하면 압력 손실도 두 배다. 하겐과 푸아죄유가 이미 가는 관에서 얻었던 결과와 같다.
난류로 넘어가면 사정이 바뀐다. 압력 손실이 유속의 1제곱이 아니라 대략 1.7~2제곱에 비례해 늘어난다. 같은 관에 물을 두 배로 보내려면 펌프가 서너 배 가까운 압력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소용돌이가 운동량을 벽 쪽으로 실어 나르며 벽 근처 속도 경사를 가파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도관, 송유관, 혈관 설계에서 흐름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먼저 따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관성과 점성의 비율
레이놀즈 수는 흐르던 유체가 계속 흐르려는 경향(관성)과 이웃 층끼리 서로 붙잡아 속도 차를 없애려는 경향(점성)의 비로 읽을 수 있다. Re가 작으면 작은 흔들림이 생겨도 점성이 곧 눌러 버린다. Re가 크면 흔들림이 점성보다 빨리 자라 소용돌이가 소용돌이를 낳는다.
몇 가지 상황을 직접 계산해 보면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보인다. 물의 동점성계수는 약 1.0×10⁻⁶m²/s, 공기는 약 1.5×10⁻⁵m²/s로 두었다.
| 상황 | 속력 | 길이 | Re |
|---|---|---|---|
| 물속을 헤엄치는 세균 | 30μm/s | 1μm | 약 3×10⁻⁵ |
| 지름 2cm 관, 느린 물 | 0.1m/s | 2cm | 약 2,000 |
| 지름 15mm 수도관 | 1m/s | 15mm | 약 15,000 |
| 날아가는 골프공 | 70m/s | 42.7mm | 약 2×10⁵ |
| 고속도로의 승용차 | 30m/s | 4.5m | 약 9×10⁶ |
세균에게 물은 우리가 느끼는 꿀보다 훨씬 끈적하다. 헤엄을 멈추는 순간 거의 그 자리에 선다. 집 안 수도관 속 물은 대부분 난류이고, 자동차 주위 공기는 두말할 것 없이 난류다.
모양이 같다고 흐름이 같지는 않다
풍동 실험은 작은 모형으로 큰 물체의 흐름을 알아내려는 시도다. 모양을 똑같이 줄이는 것(기하학적 상사)만으로는 부족하고, 레이놀즈 수까지 같아야 흐름이 같은 모양이 된다(역학적 상사).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모형에서는 층류로 붙어 있던 경계층이 실물에서는 난류가 되거나, 떨어지는 지점이 달라져 항력계수가 엉뚱하게 나온다.
문제는 이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30m/s로 달리는 4.5m 자동차를 1/10 모형으로 같은 공기 속에서 시험하려면 Re를 맞추기 위해 300m/s가 필요하다. 음속에 가까운 속력이라 이번에는 공기의 압축성이 흐름을 바꿔 버린다. 레이놀즈 수와 마하 수를 동시에 맞출 수 없는 것이다.
해법은 속력 대신 유체를 바꾸는 것이다. 동점성계수 ν를 줄이면 같은 속력에서 Re가 커진다.
- 공기를 압축하면 밀도가 올라 ν가 줄어든다. 가압 풍동이 이 원리다.
- 기체를 차갑게 하면 점성은 줄고 밀도는 오른다. 미국 NASA 랭글리의 국가 천음속 시설(NTF)은 액체 질소를 증발시켜 최저 약 영하 157℃(화씨 영하 250도)의 질소 가스로 실험하며, 미터당 최대 4,400만 정도의 레이놀즈 수를 낸다고 소개한다.
- 물을 쓰면 ν가 공기의 약 1/15이다. 같은 Re를 공기의 1/15 속력으로 얻을 수 있어 느린 수조에서 소용돌이를 관찰하기 좋다.
골프공은 왜 곰보일까
매끈한 구의 항력계수 C_D는 Re 수천에서 수십만까지 0.4~0.5 근처로 거의 일정하다. 그런데 Re 약 3×10⁵ 부근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다. 이를 항력 위기(drag crisis)라 부른다.
구 앞쪽의 얇은 경계층이 층류일 때는 에너지가 적어 뒤쪽의 역압력(뒤로 갈수록 압력이 올라가는 구간)을 버티지 못하고 옆구리 근처에서 일찍 떨어진다. 넓은 후류가 뒤에 남아 압력이 낮고, 이 압력 차가 항력의 대부분이다. 경계층이 난류가 되면 바깥의 빠른 유체가 벽 가까이까지 섞여 들어와 더 오래 붙어 있다가 뒤쪽에서 떨어진다. 후류가 좁아지니 항력이 줄어든다. 난류가 마찰은 늘리지만, 그보다 훨씬 큰 압력 항력을 줄이는 것이다.
드라이버로 친 골프공은 70m/s 안팎, Re로 약 2×10⁵이다. 매끈한 공이라면 아직 항력 위기 직전이라 C_D가 높은 쪽에 있다. 딤플은 표면에 작은 교란을 만들어 경계층을 더 낮은 Re에서 난류로 바꾼다. 서울대 최해천 교수 연구팀(Choi, Jeon, Choi, 2006)은 150mm 구로 풍동 실험을 해, 딤플 속에서 흐름이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붙으며 난류를 키우고, 그 결과 주 박리가 뒤로 밀려 항력이 매끈한 구보다 최대 약 50% 줄어든다는 과정을 측정으로 보였다. 딤플 공의 낮아진 C_D가 넓은 Re 범위에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속력이 조금씩 달라도 비거리가 들쭉날쭉하지 않은 이유다.
흔한 오해 세 가지
“난류는 항상 저항이 크다.” 관 흐름에서는 대체로 맞다. 같은 유량이면 난류 쪽 압력 손실이 크다. 하지만 구나 원기둥 같은 뭉툭한 물체에서는 위에서 본 것처럼 경계층의 난류가 오히려 전체 항력을 줄인다.
“2,300을 넘으면 즉시 난류다.” 레이놀즈 자신이 13,000 가까이에서도 층류를 유지했다. 임계값은 교란과 입구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범위다.
“레이놀즈 수는 유체의 성질이다.” 레이놀즈 수는 유체, 속력, 길이를 함께 묶은 흐름의 성질이다. 같은 공기라도 모기 날개 주위와 여객기 날개 주위의 Re는 백만 배 안팎 차이 난다.
시뮬레이션에서 직접 보기
카르만 와열 풍동에서 바람을 아주 약하게 두면 원기둥 뒤에 쌍둥이 소용돌이가 붙어만 있다. 조금씩 올리면 Re 약 50 부근에서 소용돌이가 번갈아 떨어지기 시작한다. 윌리엄슨(1996)이 정리한 원기둥 후류의 첫 전환이 바로 이것이다. 이 도구는 계산 한계 때문에 Re를 수백까지밖에 올리지 못하지만, 화면에 레이놀즈 수와 스트로할 수가 함께 나와 전환 전후를 비교하기 좋다.
3D 풍동은 실제 Re와 격자가 실제로 계산하는 Re를 나란히 보여 준다. 기본 조건에서 실제 Re는 수백만인데 격자 Re는 약 천이다. 그래서 모서리가 날카로운 평판의 항력은 교과서 값에 가깝지만, 매끈한 구는 항력 위기는커녕 교과서 값 0.47보다 한참 높게 나온다. 축소 모형이 Re를 맞추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브라우저 안에서 그대로 겪는 셈이다.
연기 유체에서는 점성 슬라이더가 레이놀즈 수를 거꾸로 조절하는 손잡이다. 점성을 올리면 같은 붓질에서도 소용돌이가 금세 뭉개져 꿀처럼 흐르고, 0으로 내리면 가는 띠가 여러 번 감겨 들어간다.
출처
- O. Reynolds, An experimental investigation of the circumstances which determine whether the motion of water shall be direct or sinuous, and of the law of resistance in parallel channels, Phil. Trans. R. Soc. 174, 935–982 (1883)
- NASA Glenn Research Center — Reynolds Number
- NASA Glenn Research Center — Drag of a Sphere
- J. Choi, W.-P. Jeon, H. Choi, Mechanism of drag reduction by dimples on a sphere, Phys. Fluids 18, 041702 (2006)
- C. H. K. Williamson, Vortex dynamics in the cylinder wake, Annu. Rev. Fluid Mech. 28, 477–539 (1996)
- NASA — National Transonic Facility (NTF)